글 | 전남대학교 윤지은
수술 중에 프로즌을 기다리는데 윤정한 교수님께서 갑자기 말씀을 꺼내셨다.
“복면 가왕이요…?”
일단 모르는 척 했다. 이 전에도 그룹사운드에서 보컬을 하는 폴리클 학생이 왔을 때 윤 교수님의 꼬임(?)에 빠져 이 학생과 ‘대결 겸 회식’을 한 적이 있기에, 이번에는 넘어가면 안 됐다.“100만원 상당의 선물이 있대! 가면도 쓰고 하잖아.” 윤정한 교수님과 박민호 교수님은 수일에 걸쳐 지원서를 냈는지 double-check 하셨고 난 지원서를 내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만에 온 메일에서는 생각보다 아주 계획적인 프로그램이 짜여있었고 연습 동영상까지 찍어 보내라고 했다. 이렇게 짜임새 있게 준비를 철저히 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을 못했었기에 부담감이 크게 밀려왔다. 게다가 동영상이라니…. 점점 문제가 커지는 것 같았다. 선곡에, 연습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흐르고, 제주도가 그렇게 부담스러운 동네로 느껴진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무려 신라호텔을 가는데!
추계 유방암 학회 당일, 리허설에 갔을 때의 긴장감은 잊을 수가 없다.
무대와 반주 세션이 굉장히 화려했고 여기서 내가 목소리나 낼 수 있을까 하는 떨림으로 palpitation이 심해졌다. ‘β-blocker‥ β-blocker 없나…? 소주라도 마시고 올라가야하나?’
그 와중에 다른 참가자 분들은 노래를 어찌 이렇게들 잘 하시는지! 리허설을 마치고 참가자분들과 옆방에 모여 저녁을 먹는데 스텝 분들이 공수해주신 와인을 벌컥벌컥 마셔버렸다. 그랬더니 왠걸? 진정이 되어갔다! 좀 흥분한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난 좀 무대체질인 것 같다. 커다란 가면까지 쓰고 나니 떨림도 사라졌었다. 어느새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20주년 행사라는 큰 무대에서 전국의 수많은 저명한 교수님들과 선배님들이 즐겁게 들어주시고 박수를 쳐주시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특히 ‘태권V’님을 이겼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가끔 학회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게 되었다 ^^;)
무대를 내려오고 나서 굉장히 침착한 척 하려고 했지만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았다.
참가하길 잘 한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참가를 독려해 주신 교수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다시 한 번 내게 박수를 보내주시고 투표해주신 모든 선생님들과 복면가왕을 잘 꾸며주신 스탭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또한 복면가왕 행사가 준비할 것이 굉장히 많고 번거로울 거라 다음에 다시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2대 복면가왕을 하게 된다면 1대 복면가왕의 명예를 걸고 다시 한 번 도전할거다! 그 땐 신나는 곡을 가지고 나올 테니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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