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 병원 이장희
미국 텍사스의 샌 안토니오에서 열리는 SABCS 2019에 참석하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샌 안토니오 직항 비행기가 없어 시애틀을 경유하여 20시간에 가까운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는 힘든 여정이었으나 세계 최대규모의 유방암 학회에 처음으로 참석한다는 설레는 마음 때문인지 잠도 잘 오지 않았습니다. 학회 시작 전날 밤에 샌 안토니오 공항에 도착하여 시차 적응을 위해 수면을 취한 뒤 다음날 오전부터 학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학회장을 방문했을 때 학회장의 규모에 한번 놀랐고 학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숫자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큰 유방암 학회라고 하지만 오기 전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규모가 컸을 뿐 만 아니라 유방암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학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주제에 따라 어떤 학회장은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강의를 들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팜플렛에 나와있는 학회 스케쥴을 보면서 듣고 싶은 주제를 찾아 학회장을 옮겨다니면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저는 특히 HER2 양성 환자에서 새롭게 개발된 Trastuzumab Deruxtecan에 대한 임상 연구 결과와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수술 전 항암요법으로 Atezolizumab을 사용했던 연구에 대한 발표가 흥미로웠습니다. SABCS 2019 같은 대규모 학회에서 여러 중요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유방암의 치료가 또 한번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선행 항암 요법 후 완전관해가 된 환자에서 수술을 생략하려는 연구와 아직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single cell에 관련된 강의들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학회 4일차 때는 제가 제출했던 초록의 포스터 발표가 있었습니다. 처음 초록이 채택되었을 때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제가 만든 포스터를 학회장에 붙이고 나니 더욱 뿌듯하고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포스터 앞에 서 있자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의 포스터에 관심을 가져 주었습니다. 짧은 영어였지만 다른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도 해주고 여러 조언도 들으면서 앞으로 어떠한 것들을 더 분석해 보아야 할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학회 일정이 끝난 저녁 시간에는 함께 학회에 참석한 교수님 및 동료들과 샌 안토니오의 맛집을 찾아다녔습니다.학회 기간이라서 그런지 유명한 맛집들은 1시간은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방문했던 식당 들 중에서도 ‘1718 Prime steak house’와 ‘Landry’s seafood house’의 스테이크와 해산물 요리는 미국 음식의 진가를 맛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어마어마한 크기의 스테이크와 고급스럽게 조리된 해산물 요리들은 지금도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습니다.또한 학회 기간 중간 한인 식당에서 있었던 유방암학회의‘Korean night’는 스테이크와 햄버거로 느끼해진 속을 풀어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샌 안토니오의 주된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리버워크는 아름다운 경치를 뽑내고 있었습니다. 학회 기간이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축제 기간이라 여기저기 장식을 해 놓아서 더 멋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샌 안토니오 강을 중심으로 양 옆에 바로 붙어 즐비한 식당들과 나무들은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리버워크가 서울의 청계천의 토대가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의 청계천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강 위에 떠 있는 배 위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축제를 즐기는 미국 사람들의 모습은 헐리우드 영화에서만 봐왔던 그들만의 여유와 풍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같이 배를 타고 그들과 축제를 즐기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지 않아 그러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웠습니다. 또한 식사 후 관람했던 샌 안토니오 성당의 조명쇼도 흥미로웠습니다. 약 30분 가량 샌 안토니오와 텍사스의 역사를 주제로 성당 건물 정면 벽에서 조명쇼를 하는데,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내었는지 신기하였습니다.
저는 아직 유방암을 배우기 시작한지 1년이 채 안된 신입 임상강사 입니다.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배워야할 것도 많은 저에게 이번 SABCS 2019 참석은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유방외과 의사로 일하면서 이런 학회에 계속 참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을 뿐만 아니라 강의를 들었던 세계적인 석학들처럼 20년, 30년 뒤에는 나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훌륭한 의사이자 학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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