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국립암센터 정소연
올해로 5번째를 맞는 ABC (Advanced Breast Cancer)5 는 매해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된 학회로 같이 일하는 이근석 선생님의 추천과 여러 학회 선생님들의 의기투합으로 개인적으로 처음 참석하게 되었다. ABC5 에는 이전에 비해 많은 참석자들이 참가하였는데, 약 95개국에서 1450명 가량 참가했다고 한다.
3일간의 짧은 학회기간동안 subtype (luminal/HER2/TNBC) 별로 세션을 구성하여 치료 및 late effect/long term effect를 포함한 다양한 증상관리, 전이 부위별 치료에 대해 강의가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특징적인 세션은 Patient advocacy session으로 그중 한 세션의 제목을 소개하자면 Having difficult conversations: Empowering patients and their families with tools and strategies of communication at end of life였다.
이 세션에는 의사, 심리학자 및 환자들이 직접 발표하는 시간으로, 이중 ‘rethink breast cancer’라는 조직에서 일하는 Shawna Rich-Ginsberg이 발표한 ‘Sh*t list’가 인상적이었는데,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부인을 유방암으로 사별한 남편분이 부인의 hospice 예약이 사망 이틀 뒤에 잡혔었고, 이런 ‘Sh*t list’를 미리 만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었다면서 이러한 to do list 들을 미리 그리고 자주 (early and often) 논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Opening session의 Keynote lecture 또한 ABC 환자가 발표하였고, a good doctor treats the disease; a great doctor treats the patient with the disease라는 제목으로 본인의 투병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그중 기억나는 점은, 본인의 투병이 가족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가족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했다는 것, 처음 진단시와는 점점 달라지는 경제적인 어려움, 같은 환우 모임에서 느끼는 위로와 그들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 등이 있었다.
ABC5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학회를 통해 크게 듣고 치료 뿐 아니라 다양한 증상 관리 (암에 의한 증상 뿐 아니라 치료와 정서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증상)가 강조된 학회여서 biology나 treatment 또는 consensus가 중심이 되는 다른 여타의 학회들과는 차별화 된 구성이었다.
짧지만 빡빡한 일정의 앞뒤로 학회 선생님들과 포르투갈을 여행할 시간을 가졌는데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포르투갈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대지진으로 많은 것을 잃고 다시 버텨낸 나라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다만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한 유쾌한 선생님들과의 즐거운 시간이 허전함을 채워주었다.
ABC5를 통해 새로운 진단과 치료에 치중했던 임상의사의 자세에서 좀더 환자와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귀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여서 귀한 시간이었고, 개인적으로는 긴장의 끈을 잠시 풀어놓고 같은 일을 하는 선생님들과 왁자지껄 이야기하며 동일하게 어려워했을 문제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총 25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