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전병준
저는 2022년 12월 6일부터 10일까지 미국 텍사스 샌 안토니오에서 개최된 San Antonio Breast Cancer Symposium 2022를 다녀왔습니다. 2019년 이후 두번째로 참관하게 되었는데요. 3년 전 University of Chicago에서 장기 연수 중, 같은 병원에서 늘 많은 도움과 지도를 아끼지 않으시는 이정언 교수님, 유종한 교수님께서 유방암이라는 단일 질병에 대한 학회로는 결코 작지 않은 SABCS 2019에 와 보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당시 학회를 참관하고 큰 규모에 놀랐었는데, 이번에도 다른 국제학회들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다른 학회들처럼 SABCS 2022도 아침 일찍(7:00~) 시작했습니다. 첫날인 화요일 오전 10:00 ~ 12:00까지 Educational Session에서 Local Therapy – Best Breast Practice 라는 주제하에 Contralateral Prophylactic Mastectomy(CPM), Radiation therapy, Reconstructive techniques and radiation therapy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내용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 주셔서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유방 재건을 담당하는 성형외과 입장에서는 방사선 치료와 그에 따른 재건 방법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러한 어려움이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묘한 동질감과 동료 의식도 느껴졌습니다.
이어서 진행되었던 Special Session에서 Overcoming the Big Obstacles to Find Solutions for Breast Cancer에서 저희 병원 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님께서 패널리스트로 참여하셔서 본인의 생각에 대해 말씀하시고 다른 분들과 활발하게 논의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지고 자랑스러웠습니다.
General Session 역시 장관이었습니다. 어디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큰 학회장을 빼곡히 채우고 발표를 경청하는 모습이 놀라웠고, 지금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한 정리와 의미 해석, 그리고 두, 세 발표에 이은 디스커선트의 요약과 전망 제시를 보면서 참 공부 열심히 하고 싶게 잘 만들어진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발표자의 모습이 크게 보이는 스크린을 통해 그 분의 긴장감, 새롭고 성공적인 결과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다는 기쁨 등의 감정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포스터 세션에서 이정언 교수님을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을 살피면서, 우리 연구에 대해 반성할 점들,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 등도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독일 연구자 분을 만나 연구 진행과 관련된 세부 사항과 함께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말씀을 나누시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과 공간적 제약이 비교적 적은 온라인 미팅이 있지만, 오프라인 미팅이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유방암에 있어 문외한인 제가 이렇게 큰 유방암 학회를 참관하게 된 이유에는 이 곳에서만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밤문화(?)의 영향도 적지 않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정언 교수님의 허락으로 조선의대 김유석 교수님과 함께 셋이서 한방에서 지냈는데요. (2019년에는 저희 병원 유종한 교수님께서도 함께 계셨습니다.) 근처 큰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함께 나누는 맛있는 식사와 빼어난 와인을 즐기는 행복한 시간은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감동을 주었고, 3년 전 추억의 시간으로 데려가 주었습니다. 각자 다른 모습들로 살아가지만, 적어도 모두가 나름의 고민과 힘듦을 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에 묘한 위로와 다시 채워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바쁘신 중에도 함께 해 주신 서울대병원 한원식 교수님의 말씀에서 따듯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참 좋았고, 또 많이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늘 함께 수술하면서도 저녁 시간 편하게 술 한잔 하기 어려운 저희 병원 채 병주 교수님, 늦은 시간에 도착하셔서 힘드셨음에도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 해 주신 유종한 교수님과도 즐겁고 좋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단국대병원 민준원 교수님께는 처음 뵌 분에 대해 느끼는 어색함 보다는 늘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시는 모습에서 저에 대한 반성과 다짐이 떠올랐습니다. 앞으로도 배울 점들이 많은 좋은 분들을 알게 되어 기쁘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두 번의 경험으로 학회에 대한 느낌을 말한다는 것이 경솔해 보이기도 하지만, 3가지 정도의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먼저 지금까지의 노력으로 현재의 위치에 이른 우리 자신들에 대한 감사와 격려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쉽지만은 않은 의료 환경 속에서 학회에 참석하신 다른 누구보다 열심히들 살았고, 그래서 이제 주요한 발표에 당당하게 참여하고 결과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은 참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들 각자에서 스스로, 그리고 서로에게 큰 박수를 보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현재 상황에 대한 반성입니다. 우리만큼이나, 또는 우리보다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또는 더 좋은 환경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새로운 것들을 과감하게 시도하며, 지금까지의 노력들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환자분들께 좀 더 도움이 되는 더 나은 의사들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잃지 말아야겠다 는 생각이었습니다. 크고 좋은 것을 보고 나면 뭐든 바꾸고 싶고, 서두르게 되고, 그래서 방향을 확인하지 않고 헛되이 힘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였지만, 그 뒤에는 더 많은 환자분들이 계시고, 그 분들을 돕기 위한 하루 하루의 충실함이 모여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후배 의사들에게도 전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선배님들의 노력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배우고, 우리가 더해서 잘 지키고, 후배들과 함께 키워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족한 제게 귀한 지면을 허락해준, 늘 존재만으로도 멋지고, 편안하고, 든든한 친구인 조선의대 김유석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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