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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22 January, 2024

바른유외과 노혜원

올해 15살 광유연을 소개합니다.


2009년 광주현대병원 최명숙 원장님을 주축으로 광주광역시에서 유방을 진료하며 궁금한 것들을 서로 토의하며 친목을 다지는 작은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2009년 9월 '광주·전남에서 유방에 관심이 있는 외과 전문의' 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광주 유방 연구회] 라는 이름을 정하였습니다. 벌써 지구가 태양의 주변을 열다섯 바퀴나 돌았다니, 참 부지런하기도 합니다.
초대 최명숙 원장님이 모임의 기초를 다져주고, 웰스유외과 최은서 원장님이 모임을 발전시켜, 현재 광주현대병원 정연승 원장님이 회장으로써 광유연을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재작년부터는 화순전남대병원의 윤정한 교수님이 퇴임 후 함께하시게 되어 더 풍성하고 알찬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라남도에서도 목포, 순천, 여수의 선생님들이 평일 저녁 모임에 먼 거리를 달려와 기꺼이 함께하며,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나눕니다. 1년에 4번의 모임을 가져왔으며, 유방뿐만 아니라 갑상선 분야에서도 서로 고민이 되는 여러 가지 문제와 CASE를 가져와 의견을 나누었으며, 돌아가며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딱히 공부할 것이 없을 때는 마음 편히 식사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방 갑상선과 관련된 다른 과 선생님들을 초청하여 강의를 듣기도 하고, 급여 관련이나 보험 관련 문제에 대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슷한 입장에서 상의하고 불편한 마음을 서로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오프라인이 힘들 때는 온라인상 에서도 만나보고, 새롭게 출발하는 회원이 있으면 병원으로 찾아가기도 합니다. 같은 환자군을 진료하면서 느끼는 점과 지역별로 다른 점, 진상(?) 손님에 대한 성토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야깃거리입니다.



2015년부터는 BAND를 시작해서 온라인에서도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광유연에서 만난 여러 선생님과의 좋은 인연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즐겁고 행복한 광유연 모임에 놀러오세요.
…라고 마무리할까 하다가, 너무 딱딱한 것 같아서 그냥 내 마음가는대로 이야기해보고 싶다. 뭐 어떤가, 어차피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쓰는 건데.



처음에는 열명도 안되는 조그마한 모임으로 시작해서, 서로 밥먹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왜 나갔냐고? 선배님이 오라고 하시니까. ‘모임’이라는 것은 단순한 친목을 목적으로만 해서는 오래 지속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같이 추구하는 공동의 목표나 모임의 목적이 있어야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친목이 같이 쌓여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를 담아 그냥 단순한 밥먹는 모임이 아닌 [유방 연구회]가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작하고 나니 총무로서 여러 고민거리가 생겼는데, 어떤 주제로 누가 주체가 되어 공부를 할지, 다른 과 선생님들은 누구를 초빙할지, 밥은 뭘 먹어야할지 등등. 오늘따라 도시락이 몹시 맛없을 때도 있고, 꽤 고심해서 부탁했는데 너무 졸렸던 강의도 있고, 좀 짧았으면 좋겠는데 너무 말이 길어 힘든 적도 있었다.
새로운 선생님이 처음 오셨을 때 소외되지 않도록 인사하고 배려해야하는데 정신차리고 보면 말 한마디 못 붙여보고 끝나거나, 가끔은 사교적인 미소를 지속하려다보니 광대가 경련을 일으키는... 이런 인간관계의 서투름이 내심 속상하다. 나는 선천적 알코올 분해효소 결핍증 의증 환자로 술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워서, 마치 여성호르몬이 관절을 부드럽게 하는 것처럼 술자리에서 애주가들이 활약하는 것을 매우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게된다.
솔직히, COVID-19가 활동하던 기간동안 단체 활동과 술자리가 줄어들고 기획해야할 일도 줄어들어 조금 기뻤었다.
하지만, 잘해내려는 욕심을 버리고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니(이어서 총무를 맡아준 후배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내가 조금이나마 공부할수 있도록 만들어 준 고마운 모임이고, 좁은 진료실에서 매번 같은 일만 반복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소소한 나의 고민거리들을 나누어 줄 지기(知己)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힘든 순간보다는 알차고 즐거운 일들이 더 많았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많은 증례들과 학문적 지식으로 굳어가는 뇌가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공부하지 않을 때가 더 재미있고, 진료 외적인 면에서도 다른 선생님들의 현실적인 조언과 내가 접하지 못한 여러 상황들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음... 처음 글을 시작한 의도는 광유연을 시작하고, 도와주신 스승님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표시가 주 목적이었는데, 결국은 불평불만을 궁시렁거리면서 낯 간지러운 말 잘 못하는 쓸데없이 솔직한 제자를 용서해주십시요. 죄송합니다.



결국 어떠한 모임이든 그 안에 모여있는 사람 하나하나와의 관계가 내 안에서 어떠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가 모임에 대한 애정의 척도가 된다. 그 관계가 그냥 생겨날리는 만무하고, 계속 만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서 나름의 노력을 통해 서로에게 가까워질 수 있겠지. 내 삶을 채우고 있는 여러 사람들 중에 광유연을 통해 더 귀하고 값진 인연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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