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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22 January, 2024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외과 김지혜 교수

SGBCC 2023 참관기-From Vienna

저는 현재 비엔나에 온지 2일차로, 아직 학회 기간을 모두 채운 것은 아닙니다.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모두가 잠들었을 때 뒤척이다가, 비엔나에 있을 때의 생생한 현장과 설레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어서 한자 한자 적어봅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2018년에 외과 전공의를 시작한 저는 1년차에는 정신없이 바쁜 주치의 생활을 하면서 학회에 관심이 별로 없었고, 2년차부터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부분의 필수 학회들을 온라인으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참석하는 학회들은 온전하게 집중하기가 어려웠고 열심히 강연과 발표를 해주시는 연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졸거나 다른 일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작년인 2022년 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유방내분비외과 임상강사 1년차가 되던 시기, 코로나와 관련된 규제들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서 GBCC 2022 및 다양한 심포지엄들을 오프라인으로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생한 현장과 강연, 토론들은 집이나 병원에서 핸드폰으로 듣는 온라인 학회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생동감 있었으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학회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슬슬 해외 학회를 가는 주변 친구들이 늘어남에 따라 해외에서의 학회를 참석하게 되면 그 나라의 분위기가 담긴 조금 더 역동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2022년 SABCS에 초록을 제출하였으며 채택되었으나 아쉽게 현장참석은 하지 못하였고, 혹시나 하면서 제출한 St. Gallen International Breast Cancer Conference 2023 초록이 채택되었고, 감사하게도 한국유방암학회의 지원을 받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를 가게 되었습니다. SGBCC 2023은 2023년 3월 15일부터 18일까지 진행이 되었고, 저는 전날인 14일에 출국하였고 학회 다음날인 19일에 귀국할 예정입니다.

장기간의 팬데믹으로 타지 못한 비행기를 오랜만에 타게 되면서 설렘을 안고 출국을 하였고, 비행기에서 비빔밥이 아닌 제육볶음을 제공받았지만 맛있게 먹고 비행하였습니다. 장시간의 비행 후 도착해도 여전히 화요일인 것을 보고 하루를 벌었다는 유쾌한 기분을 가지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근거림에 더해 시차적응이라는 변수로 눈 뜬 채로 첫날 밤을 보낼 줄 알았지만 잘 잔 덕에 다음날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났습니다.

3월 15일 수요일은 SGBCC 첫 일정이 있는 날이었으며 낯선 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은 지하철을 타고 학회장인 Austria Center Vienna에 도착했습니다. 학회장에 가는 길도 신기하고 재미있었지만 이는 학회의 현장과는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비엔나라는 도시에 모여 서로 얘기하고 토론하며, 이루어낸 성과들을 토의하는 모습을 보며 비로소 나도 유방외과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번 째 세션은 유방암의 치료에 있어 2021년 SGBCC로부터 현재까지 발전된 새로운 변화들에 대해 강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크게 early breast cancer에 있어서의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치료, 그리고 유방암과 관련된 연구의 새로운 소식들에 대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수술에 있어서는 앞으로 10에서 15년 안에 axillary surgery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완전하게 확립될 것이라는 것과 점차 dissection을 줄이고 정말로 필요한 환자들에 있어서만 진행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이렇게 될 경우 axillary dissection을 정말로 필요하는 고난이도의 수술에 있어 지금만큼 dissection에 대해 숙련되지 않은 외과의사들이 수술을 하게 된다는 우려에 대한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유방암 수술에 있어서의 de-escalation과 향후 의사들의 교육 및 트레이닝과는 연관지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dissection을 많이 해보지 못한 젊은 의사에 제가 해당된다고 생각되는 만큼 인상적인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방사선 치료, 그리고 항암치료와 관련해서는 정확히 잘 알지는 못하지만 국내에서 참석했던 학회들에서 들었던 내용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이슈들 및 주목해야되는 연구들에 대해서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유방외과 전문의, 그리고 임상강사로 1년간 지내면서 학생이나 전공의때와는 다르게 유방암의 치료에 있어서 참고할 수 있는 교과서가 많지 않고, 교과서가 있어도 빠르게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 분야인만큼 바뀌거나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었습니다. 궁금한 점에 대한 답이 교과서에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주로 논문들을 참고하게 되었지만 이게 어디까지 임상에서 반영이 됐는지를 알기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윗 교수님들께 여쭤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짧은 세션으로도 유방암의 치료가 현재 어디까지 와있는지, 어떤 점이 아직 임상적으로는 적용되지 않고 연구만 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연구들이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정리할 수 있어 제가 가지고 있던 많은 궁금증들이 정리된 것 같습니다.

또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연자들이 적극적으로 강의를 하고 질문에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저런 위치에서 저런 강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처럼 환자들을 보고 치료하는 것과 더불어 연구에도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비엔나에 있던 기간은 짧았지만 이곳에 오게 되면서 배우고 느끼게 된 것은 많았으며, 앞으로 이곳에서 있게 되는 동안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게 될지 많은 기대가 됩니다. 특히 기대가 되는 세션은 마지막 날인 3월 18일 토요일, 제 생일에 열리는 St. Gallen International Consensus Session으로,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에 대한 하나의 consensus를 이루는 session입니다. 놓치지 않고 꼭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생일을 설레고 벅차는 오스트리아에서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준 한국유방암학회에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며, 더욱 열심히 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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