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떻게 해서 달리는 외과의사가 되는가?
안녕하세요. 울산 나비샘연합의원 태순영 원장입니다.
저희 병원은 외과, 내과, 핵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근무하며 유방‧갑상선 진료와 수술, 방사성 동위원소치료, 각종 핵의학 스캔 검사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21주년이 되었고, 저는 2017년부터 이곳에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병원을 찾아주시는 환자분들에게 따뜻하고 성실하게 진료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요즘 달리기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분명합니다.
국내 러닝 인구가 1000만명이 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강변이나 공원에서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저는 2023년부터 달리기를 취미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마라톤 42.195km 풀코스 3차례, 50km 울트라마라톤을 1차례 완주하였고, 그 밖에 여러 대회에 참가하며 러너로서 경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달리기에 대하여 훨씬 다양한 경험이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마도 많은 분들은 그 거리를 뛰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사실 저에게도 달리기는 학창시절 체력장이나 군의관 훈련소에서 비자발적으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움직임일 뿐이었습니다.
의과대학 졸업 후 십수 년 동안 대학병원에서 수련받고, 근무하면서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지만 나 자신을 돌볼 줄은 몰랐습니다. 피로는 술자리에서 풀고, 결국 다음날은 더 피곤해지는 삶이 반복되었지요. 당연히 뱃살은 불어나고 혈압은 올라가는 관리가 안 된 아저씨 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운동이라는 것을 해보자고 생각하여 난생처음 헬스장을 등록했고, 4년 정도 꾸준히 하다가 2023년 바디프로필 촬영이란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준비하면서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서는 근력 운동만이 아니라 유산소 운동을 해야 했기에 꽤 많은 시간 동안 트레드밀이나 로드를 달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꾸준히 운동한 덕분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달리는 것이 힘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히려 왠지 모를 재미와 호기심이 생겼고, 더 오래, 더 멀리 달릴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도 발동하였습니다.
일단 일을 벌이고 수습하는 성격이기에 덜컥 2024년 3월 울산태화강국제마라톤대회 풀코스를 신청하고, 여기저기 찾아보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훈련하며 약 6개월가량 준비하였습니다. 그 기간 동안 10km, 하프코스 등의 대회도 참가하였지만, 사실 풀코스 대회 당일까지도 내가 42.195km를 뛸 수 있을지 매우 많이 걱정하며 출발하였습니다. 다행히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여 큰 성취감을 맛보았지만 큰 고통도 함께 느꼈습니다. 아픈 다리를 어찌하지 못해 하며 1~2일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풀코스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니 망설임 없이 여러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고, 얼마 전 2025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대회 풀코스를 완주했고, 지금은 올해 3월 서울마라톤2026 풀코스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달리기를 취미 삼고 달라진 것들이 있습니다.
두려움이 적어졌습니다. 이전에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을 해내고 나니, 무엇이든 못할 것도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내가 망설였던 일들, 지레 포기했던 일들도 이젠 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부지런해졌습니다. 2~3시간 이상 장거리 달리기 연습을 하려니 이른 새벽에 일어나 나서게 됩니다. 집을 나서는 것이 매번 어렵기도 하지만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뿌듯함과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끼게 됩니다.
생활 습관이 변했습니다. 가능하면 술자리를 줄이고 일찍 자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식습관도 좋아지니 몸은 가벼워지고 피로감은 줄었습니다. 그러면서 환자분들을 진료할 때 좀 더 활기차고 밝게 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라톤을 하면 관절 부위가 상할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초기에 목표 거리를 무리하게 늘려가며 달리기를 하면서 발목과 무릎에 통증이 있었습니다. 이건 달리기가 위험한 운동이어서가 아니고 제가 무지하고 의욕이 앞섰기 때문이지요. 역시 마라톤은 빨리 잘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고, 재치보다는 끈기가 필요하고, 총명하기보다는 우둔함이 필요했습니다. 잘 뛰기 위해서 잘 쉬어야 하고, 차근차근 거리를 늘려가면서 준비하면 부상 없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습니다.
또 이미 많은 논문에서 달리기를 취미로 꾸준히 하는 사람의 관절 건강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튼튼하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마라톤 대회는 보스톤마라톤대회입니다. 1897년 시작되었고, 1947년 서윤복선수, 1950년 함기용선수, 2001년 이봉주선수가 우승한 대회이기도 합니다. 이 보스톤마라톤대회에 마스터즈 참가를 위해서는 나이별로 충족된 대회 기록이 있어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 나이 구간인 45-49세는 03:15:00의 기록이 필요합니다. 이 대회에 참가하여 그 역사적인 거리를 달릴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어두운 새벽길로 뛰어나가고 있습니다.
달리기에 진심이었던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에서 ‘사람은 어떻게 해서 달리는 소설가가 되는가’를 소개하였습니다. 마라톤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일단 달리는 것에 흥미가 있어야 하고, 달리는 것이 고통스럽기만 하진 않아야 합니다. 하루키는 달리기를 통해서 작가로서 소양을 쌓으며 글쓰기를 지속했다고 하였습니다. 그에 비하면 아직 런린이에 불과하지만 작게나마 외과의사로서 필요한 자세와 태도를 달리기를 통해 수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키가 자신의 묘비명을 직접 쓸 수 있다면 "작가 겸 러너"라고 남기고 싶다는 것이 제법 멋있어 보여서 나도 “외과의사 겸 러너”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당분간은 좀 더 달리려고 합니다. 신발장에 이미 러닝화가 10켤레나 되어 버려서 안 달릴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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