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방암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연구하는 의료진에게 매년 4월의 GBCC와 12월의 SABCS는 가장 기다려지는 학회입니다. 그중에서도 SABCS는 유방암 분야의 주요 연구 결과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학회로, 기회가 된다면 누구나 현장 참석을 희망할 만큼 의미 있는 행사입니다. 저는 2년 전 마지막 참석 이후, 올해 운 좋게도 학회 지원을 받아 다시 현장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출국 전날 과제 준비로 밤을 새운 데다 감기까지 겹쳤지만, 그 덕분에 비행 시간은 매우 짧게 느껴졌습니다. 세 번째 방문인 샌안토니오는 이제 낯설지 않은 도시가 되었고, 마치 국내 학회에 참석한 듯한 익숙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학회 기간 동안 special session과 general session을 통해 다양한 주제의 발표를 접할 수 있었으며, 학문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인상 깊게 들었던 발표들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정리한 개인 메모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1) Invasive lobular carcinoma (ILC)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
2) ALTTO trial 분석: HR+/HER2+ 유방암에서의 내분비 치료 선택
3) lidERA trial: 차세대 경구용 SERD인 giredestrant의 성과
4) INSEMA Rando2 연구: 감시림프절 1–2개 양성 환자의 액와 림프절 절제술(ALND) 필요성
5) ACRIN 6694 trial: 수술 전 유방 MRI 시행 여부의 임상적 의미
6) LORETTA trial: 저위험 DCIS 환자에서 수술 생략 전략의 결과
SABCS 참석의 또 다른 중요한 목적은 학술적 교류뿐 아니라, 국내외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킹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GBCC night’ 행사는 화요일에 예정되어 있었고, 저 역시 매우 기대하며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감기와 항공성 중이염으로 인해 행사 직전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 후 깊은 잠에 빠져 결국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행사장으로 달려가 여러 교수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이번 샌안토니오 방문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한편, 이번 학회에서는 “LADY study의 validation analysis’와 ‘Platelet RNA-based biomarker for breast cancer detection’ 두 주제로 포스터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platelet RNA 연구는 저 외에도 두 팀에서 추가로 발표가 이루어졌고, 해당 연구자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귀국 후 공동 연구진과 후속 연구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SABCS 참석을 통해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째, 유방암 연구와 임상 경험이 쌓일수록 학회 강의가 점점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는 점이었습니다. 2019년 처음 SABCS에 참석했을 당시에는 임상강사 1년 차로, 솔직히 강의가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스승이신 한원식 교수님께서 항상 더 일찍 오셔서 학회장 맨 앞자리에 앉아 강의를 들으시며 “강의가 정말 좋다”고 말씀하셨을 때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학회에서는 발표 결과를 기다리게 되고, 서론이 길어질 때는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는 제 자신을 보며, 스스로도 성장했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SABCS가 지닌 압도적인 규모와 홍보력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학회장뿐만 아니라 거리의 광고 매체, 택시 외관, 호텔 내부, 심지어 귀국 공항까지 유방암 관련 제약회사 홍보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를 보며 GBCC 역시 앞으로 더욱 성장하여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학회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학회에서는 박형석 교수님, 배숭준 교수님, 고지원 교수님 등 세 분의 국내 연자가 spotlight session에서 발표를 진행하셨습니다. 언젠가 저 역시 의미 있는 연구를 통해 그 무대에 설 수 있기를, 더 나아가 (꿈만 같지만) general session에서 발표할 수 있기를 목표로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에 매진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었습니다.